솔직히 저는 우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도시락에서 마른 재래김에 밥을 얹고 우엉조림 한 점, 김치 한 조각을 올려 한 입에 먹었던 그 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더군요. 그 뒤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조림 하나가 식탁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우엉 손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우엉을 처음 집에서 만들어 보려 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손질이었습니다. 우엉은 갈변(褐變)이 매우 빠른 채소인데, 갈변이란 식재료가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하면서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활성화되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색이 변하기 때문에, 손이 느리면 조림을 만들기도 전에 이미 우엉이 거무칙칙해지..
쭈꾸미볶음이 질척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분 처리 실패입니다. 저도 대학 시절 쭈꾸미를 전문으로 하는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문제를 매일 눈으로 확인했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수분만 제대로 잡아도 식당 못지않은 맛이 나온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쭈꾸미 손질, 어디서 막히셨나요?저는 쭈꾸미 손질이라면 자신 있는 편입니다. 대학교 때 쭈꾸미 전문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의 매일 냉동 쭈꾸미 수십 마리를 손질하는 게 제 주요 업무였습니다. 그때 하도 많이 만져서 한동안은 쭈꾸미를 보는 것조차 질렸을 정도였습니다.냉장이든 냉동이든 쭈꾸미를 받으면 먼저 2~3회 깨끗이 씻어줍니다. 그 다음이 핵심인데, 눈과 내장, 입(부리)을 제거해야 합니다. 여기서 ..
가지를 싫어했던 제가 여름마다 가지밥을 찾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물컹한 식감이 싫어서 가지 반찬은 늘 피했는데, 파기름에 간장을 두른 가지볶음 하나가 그 편견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가지밥을 알기 전까지는 가지가 그저 쪄서 무쳐 먹는 재료였는데, 볶음과 밥이 만나는 순간 전혀 다른 음식이 됩니다.가지볶음 — 불맛이 이 요리의 핵심입니다가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가지밥은 좋아한다는 말,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납득했습니다. 핵심은 가지 자체가 아니라 볶는 방식에 있었습니다.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대파를 먼저 넣어 파기름을 냅니다. 여기서 파기름이란 대파의 향미 성분이 기름에 녹아 나온 상태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파 향이 기름 전체에 배어드는 과정입니..
닭다리살 하나로 굽네치킨 스타일 간장치킨을 집에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희 집 냉장고에는 항상 닭다리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닭을 유독 좋아하는 신랑 덕분인데, 그 덕에 저도 집에서 치킨 배달 없이도 제법 그럴듯한 닭요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꽈리고추와 잔멸치까지 더한 꽈리멸치 치킨, 직접 만들어 본 후기를 솔직하게 남깁니다.닭구이, 껍질부터 굽는 게 핵심입니다닭요리를 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게 뭔지 아시나요? 저는 '튀길 것인가, 구울 것인가'입니다. 제 경험상 집에서 몇 번 튀김을 시도해봤는데, 기름이 사방으로 튀어서 결국 치우는 시간이 요리 시간보다 더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팬에서 튀기듯이 굽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꿨습니다.그런데 닭다리살은 조금 다릅니..
묵은지 김밥, 재료만 잘 준비하면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만들어보니 재료보다 먼저 잡아야 할 게 따로 있었습니다. 집에 오래 묵혀둔 묵은지가 있어서 김밥을 말아봤다가, 군내(묵은 김치 특유의 쾌한 냄새) 때문에 한 줄 내내 찝찝하게 먹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묵은지 김밥에서 진짜 중요한 건 레시피가 아니라 전처리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습니다.군내 제거, 이게 안 되면 김밥 전체가 망합니다묵은지 김밥의 성패는 군내 제거에 달려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묵은지를 씻고 바로 쓰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그냥 담근 지 몇 달 된 김치에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군내란 김치가 오래 발효되면서 생기는 과발효 냄새로, 쉽게 말해 신맛을 넘어 코를 찌르는 쾌한..
국수 좋아하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냉장고에 열무물김치 한 통만 있으면 점심 한 끼가 뚝딱 해결되는 그 기분을. 저도 딱 그런 사람입니다. 여름마다 열무물김치를 담가두고, 국수로, 밥반찬으로, 비빔밥으로 돌려 먹는 게 제 여름 식탁의 거의 전부입니다. 올여름 포스팅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올리게 됐는데, 담그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소금물 절이기 — 풋내 없는 열무 만드는 첫 번째 관문열무물김치를 처음 담갔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게 바로 풋내였습니다. 분명 재료도 신선하고 양념도 열심히 넣었는데, 먹고 나면 특유의 풀 냄새가 남아 있는 느낌. 원인이 절이는 방식에 있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열무에 소금을 직접 뿌리면 삼투압(osmotic pressure) 현상이 한꺼번에 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