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쭈꾸미볶음이 질척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분 처리 실패입니다. 저도 대학 시절 쭈꾸미를 전문으로 하는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문제를 매일 눈으로 확인했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수분만 제대로 잡아도 식당 못지않은 맛이 나온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쭈꾸미 손질, 어디서 막히셨나요?
저는 쭈꾸미 손질이라면 자신 있는 편입니다. 대학교 때 쭈꾸미 전문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의 매일 냉동 쭈꾸미 수십 마리를 손질하는 게 제 주요 업무였습니다. 그때 하도 많이 만져서 한동안은 쭈꾸미를 보는 것조차 질렸을 정도였습니다.
냉장이든 냉동이든 쭈꾸미를 받으면 먼저 2~3회 깨끗이 씻어줍니다. 그 다음이 핵심인데, 눈과 내장, 입(부리)을 제거해야 합니다. 여기서 '부리'란 쭈꾸미 다리 사이 중앙에 있는 딱딱한 조각으로, 씹히면 식감을 완전히 망치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처음 해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건너뛰는 부분이 바로 이 부리 제거입니다.
세척이 끝난 뒤에는 밀가루를 이용한 추가 세척을 거칩니다. 밀가루를 뿌려 조물조물 문지르면 잡내 성분이 밀가루에 흡착되어 빠져나오는 원리입니다. 쉽게 말해 밀가루가 냄새 필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과정 유무에 따라 완성된 볶음의 향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쭈꾸미를 절대 물에 삶거나 데쳐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데치는 과정에서 쭈꾸미 고유의 감칠맛이 물에 희석되어버리고, 나중에 양념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맛이 속까지 스며들지 않습니다. 손질 후에는 그대로 볶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 2~3회 깨끗이 씻어 이물질 제거
- 눈·내장·부리(입) 반드시 제거 — 부리는 다리 사이 중앙의 딱딱한 조각
- 밀가루로 조물조물 문질러 잡내 흡착 후 헹굼
- 삶거나 데치지 않고 그대로 볶음에 활용
볶을 때 물이 생기는 이유, 알고 계셨나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분식집은 즉석에서 볶아주는 방식이었는데, 볶을 때마다 팬에 물이 흥건히 고이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원래 이런 거구나' 하고 넘겼는데,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니 그 물이 맛을 얼마나 망치는지 실감했습니다. 양념이 수분에 희석되면서 볶음이 아니라 조림 비슷하게 되어버리는 거였습니다.
쭈꾸미에서 수분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근육 조직 자체에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동 쭈꾸미는 해동 과정에서 세포 조직이 손상되어 수분이 더 쉽게 빠져나옵니다. 이것을 '드립(drip) 현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드립이란 냉동·해동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되며 조직 내 수분과 육즙이 빠져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드립 현상을 볶기 전에 미리 해결해두는 것이 쭈꾸미볶음 맛의 분기점입니다.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팬에 쭈꾸미를 올리고 미림 2큰술을 넣은 뒤 뚜껑을 덮어 약 1분 30초간 쪄줍니다. 이 과정에서 쭈꾸미 속 수분이 먼저 빠져나오고, 그 수분을 따라 잡내도 함께 날아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단계를 거친 쭈꾸미는 이후 볶음 과정에서 물이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는 게 조금 허탈할 정도였습니다.
한 가지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데, 양념을 미리 끓여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미리 끓인 양념은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간 상태라 볶음 과정에서 추가 수분 발생을 줄여줍니다. 고춧가루, 고추장, 진간장, 매실액, 물엿, 마늘, 생강가루, 미림을 섞어 한 번 끓여두면 볶음 시간도 짧아지고 양념도 고루 입혀집니다. 식품영양 측면에서도 미리 가열한 양념은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활성화되어 풍미가 강해진다는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양념 비율, 고추장보다 고춧가루가 맞습니다
처음 집에서 쭈꾸미볶음을 만들었을 때는 고추장을 기본으로 양념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볶음이 약간 텁텁하고 짠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물도 고춧가루 위주로 만들었을 때보다 더 많이 생겼습니다. 고추장에 수분과 전분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볶음 과정에서 더 많은 수분을 내뿜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고추장은 최소한으로 넣고, 고춧가루와 진간장을 중심으로 양념을 구성하는 게 훨씬 맛있었습니다. 고춧가루는 입자 형태라 볶으면서 수분이 적게 나오고, 색도 선명하게 살아나 완성된 비주얼도 좋아집니다. 더 매운맛을 원하시면 청양고추를 넉넉히 넣거나 매운 후추를 가미하면 열감이 확실하게 올라옵니다.
조리 순서도 중요합니다. 식용유와 고추기름을 두른 팬에 대파와 양파를 먼저 볶아 향을 올린 뒤, 수분을 제거한 쭈꾸미와 미리 끓여둔 양념장을 넣고 센 불에서 1~2분 빠르게 볶아냅니다. 여기서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는데, 이는 고온에서 단백질과 당이 반응해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센 불로 짧게 볶아야 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지막으로 제가 추천하는 킥이 하나 있습니다. 볶음이 완성된 직후 토치로 표면에 불맛을 살짝 입히는 것입니다. 이 불맛은 훈연향과 비슷한 역할을 해서 전체적인 풍미 깊이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제가 이 방법을 처음 써봤을 때, 그동안 집밥과 식당 맛의 차이가 여기서 났구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 마무리하면 고소함이 더해져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쭈꾸미볶음 할 때 왜 물이 자꾸 생기나요?
A. 쭈꾸미는 근육 조직에 수분 함량이 높고, 냉동 제품은 해동 과정에서 드립 현상으로 수분이 더 많이 빠져나옵니다. 볶기 전에 뚜껑을 덮고 미림 2큰술로 1분 30초간 쪄서 수분을 미리 날려주면 볶을 때 물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양념을 미리 끓여 사용하는 것도 추가 수분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Q. 쭈꾸미 손질 시 밀가루를 꼭 써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쓰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밀가루가 잡내 성분을 흡착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완성된 볶음의 향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밀가루 대신 굵은소금을 이용해 문지르는 방법도 잡내 제거에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Q. 쭈꾸미볶음 양념에서 고추장을 아예 빼도 되나요?
A. 고추장을 아예 빼도 맛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춧가루와 진간장, 매실액을 중심으로 양념을 구성하면 텁텁함 없이 깔끔한 매운맛이 나옵니다. 고추장을 쓰고 싶다면 최소량만 넣고 고춧가루 비율을 높이는 것이 수분 관리와 맛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유리합니다.
Q. 냉동 쭈꾸미와 생 쭈꾸미 중 어떤 게 더 나은가요?
A. 생 쭈꾸미는 봄철 제철일 때 식감과 풍미가 월등하지만, 계절을 벗어나면 구하기 어렵습니다. 식자재 마트에서는 연중 손질된 냉동 쭈꾸미를 판매하기 때문에, 수분 제거 단계만 잘 지키면 냉동 제품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볶음이 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수분 처리를 제대로 하면 생 쭈꾸미와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결론
쭈꾸미볶음은 손질과 수분 제거, 양념 비율 이 세 가지가 맞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납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로 손질을 익히고, 식당을 다니며 맛을 배우고, 집에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어느 한 단계도 건너뛰면 결과가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도전이라면 밀가루 세척과 미림 찌기부터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두 단계만 지켜도 집에서 만드는 쭈꾸미볶음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집니다. 여기에 토치 불맛까지 더하면, 제가 매콤한 맛에 이끌려 자주 찾던 그 쭈꾸미 전문점이 굳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