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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냉장고에 남은 양배추 반 통으로 만든 전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냥 채소전 아니야?' 싶었는데, 직접 만들어 먹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양배추는 익히면 수분이 빠지면서 단맛이 올라오는데, 이 단맛이 전으로 구웠을 때 훨씬 진하게 살아납니다. 집에 양배추가 늘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저로서는, 이 레시피가 일상 반찬이 된 이유가 있습니다.
재료 손질 — 양배추전 맛을 좌우하는 비율
양배추전에서 재료 비율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얇게 채 썰듯 썬 양배추를 종이컵으로 세 컵 정도 준비하는 게 기본입니다. 여기서 채 썰기란 양배추 잎을 결 방향으로 최대한 가늘게 써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해야 전 안에서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잘 익습니다.
대파는 양배추 분량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만 넣으면 충분합니다. 대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양배추 특유의 단맛이 묻혀 버립니다. 저는 당근을 조금 넣는 편인데, 색감 때문입니다. 노란 계란 반죽 위에 주황 당근이 박히면 완성됐을 때 꽤 예쁩니다.
반죽에는 튀김가루나 부침가루를 씁니다. 튀김가루(tempura flour)는 박력분에 전분, 베이킹파우더 등을 배합해서 튀김 반죽처럼 가볍고 바삭한 식감을 내는 가루입니다. 쉽게 말해, 부침가루보다 얇게 바삭 튀겨지는 결과를 원할 때 쓰는 것이지요. 반죽용 가루는 종이컵 3분의 1컵이면 적당합니다. 이 정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처음에 좀 더 넣었다가 밀가루 맛이 앞서는 실패를 한 적이 있습니다. 튀김가루와 부침가루에는 이미 염분이 들어 있어서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되지만, 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소금과 후추로 마무리합니다. 계란은 두 개를 미리 반죽에 섞는 방식이 가장 실패 없이 고르게 익힙니다.
양배추의 영양 측면에서 보자면,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양배추 100g당 비타민 C는 약 36mg이 들어 있습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비타민 C는 열에 약한 영양소로, 과도하게 가열하면 손실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약불에서 천천히 지져 속까지 고르게 익히되, 지나치게 오래 굽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죽을 너무 얇게 만들면 이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두껍게 부치는 쪽을 선택합니다.
- 양배추: 채 썰어 종이컵 3컵 — 얇게 썰수록 식감이 살아남
- 대파: 양배추의 1/3~1/4 — 많으면 단맛이 묻힘
- 당근: 소량 추가 — 색감용, 필수는 아님
- 튀김가루 또는 부침가루: 종이컵 1/3컵 — 많으면 밀가루 맛 강해짐
- 계란: 2개 — 미리 반죽에 섞는 방식이 실패 없음
반죽 비율과 오코노미야끼 — 제가 더 좋아하는 방식
반죽을 합칠 때 반죽하듯 열심히 치댈 필요가 없습니다. 재료들이 그냥 섞일 정도로만 가볍게 버무리면 됩니다. 과하게 섞으면 글루텐(gluten)이 생성되는데, 글루텐이란 밀가루의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형성되는 점탄성 망 구조를 말합니다. 이게 많이 생기면 전이 쫄깃하다 못해 질겨집니다. 그래서 대충 섞는 게 오히려 더 맛있는 결과를 냅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달군 뒤 약불로 줄여서 천천히 지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껍게 올려 뭉근하게 익혀야 속까지 고르게 익고, 양배추에서 나오는 단맛이 반죽에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저는 뒤집을 때 기름이 튀는 게 싫어서 그릇에 기름을 먼저 덜어낸 뒤 뒤집는 방법을 씁니다. 번거롭지만 튀김 화상을 예방하는 데 확실합니다.
완성된 전 위에 가쓰오부시(かつおぶし)를 올리는 것을 저는 좋아합니다.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를 훈연·발효·건조해서 얇게 대패질한 것으로,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이라는 두 가지 감칠맛 성분이 함께 들어 있어 아미노산 상승 효과(umami synergy)를 냅니다. 뜨거운 전 위에 올리면 열기에 반응해 가쓰오부시 잎이 흔들리는데, 이건 살아있어서가 아니라 워낙 얇아 대류 공기에도 반응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양배추전보다 오코노미야끼(お好み焼き)를 더 좋아합니다. 일본식 양배추 부침개라고 할 수 있는데, 돈가스소스와 마요네즈를 듬뿍 올리고 가쓰오부시를 얹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이 생양배추는 잘 안 먹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제가 해봤더니 오코노미야끼 방식으로 소스를 올려주니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었습니다. 위에 좋다고 알려진 양배추를 이런 방식으로라도 먹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식품 섭취 가이드에 따르면 양배추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비타민 U(S-메틸메티오닌) 성분을 함유한 채소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비타민 U는 엄밀히는 비타민이 아니라 아미노산 유도체이지만, 위 점막 세포의 재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랑이 처음엔 양배추에서 비린내가 난다며 싫어했는데, 꾸준히 익힌 요리로 접하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양배추가 없으면 허전하다고 합니다. 사람 입맛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튀김가루랑 부침가루 중 어떤 걸 써야 하나요?
A. 둘 다 써도 결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튀김가루를 쓰면 가장자리가 조금 더 바삭하게 나오고, 부침가루를 쓰면 속이 좀 더 촉촉한 편입니다. 저는 집에 있는 걸 그냥 씁니다. 중요한 건 가루의 양인데, 종이컵 3분의 1컵을 넘기지 않는 게 밀가루 맛을 잡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양배추전이 안 익었는지 어떻게 확인해요?
A. 전 중앙을 손가락이나 뒤집개로 살짝 눌러봤을 때 탄성이 느껴지면 익은 겁니다. 눌렀을 때 반죽이 밀려나오거나 물컹하면 아직 덜 익은 것입니다. 약불에서 천천히 굽는 방식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서두르지 않는 게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합니다.
Q. 가쓰오부시가 위에서 움직이는 게 정상인가요?
A. 네, 완전히 정상입니다. 가쓰오부시는 극도로 얇게 대패질된 가다랑어포라서, 뜨거운 음식 위에서 생기는 대류 공기에도 흔들립니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물리적 반응입니다. 오히려 흔들린다면 가쓰오부시가 제대로 얇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Q. 양배추전을 오코노미야끼처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해요?
A. 양배추전이 완성된 뒤 돈가스소스와 마요네즈를 위에 뿌리고, 가쓰오부시를 올리면 됩니다. 소스 순서는 돈가스소스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마요네즈를 지그재그로 짜는 게 일반적입니다. 아오노리(파래가루)를 뿌리면 더 완성도가 올라가는데, 없어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시판 오코노미야끼 소스 없이 이 조합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결론
양배추전은 냉장고에 남은 양배추를 가장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 결과를 내는 요리입니다. 재료 비율을 지키고, 반죽을 과하게 섞지 않고, 약불에서 두껍게 천천히 굽는 세 가지만 지키면 실패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기본 양배추전도 좋아하지만, 오코노미야끼 방식으로 소스를 올린 버전을 더 즐겨 먹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양배추가 남아 있다면 한 번쯤 직접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서두르지 않고 약불에서 천천히 만드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