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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앞에서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고기 없이는 밥이 안 넘어가는 사람이었고, 그중에서도 순대국밥은 특히나 손이 자주 가는 메뉴였습니다. 밖에서 사 먹는 것도 좋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매운 음식을 마음껏 못 먹게 되면서 집에서 직접 끓이게 됐습니다.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더라고요.
육수 레시피, 꼭 직접 우려야 할까요
순대국밥을 집에서 끓일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이 육수입니다. 직접 우린 육수가 맛있다는 건 다들 아는 이야기인데, 시판 사골육수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꽤 많거든요. 실제로 저도 처음엔 시판 사골육수에 순대만 넣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10분도 안 돼서 한 그릇이 나오니 편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쌀뜨물을 베이스로 쓰면 국물 맛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쌀뜨물이란 쌀을 씻고 남은 물로, 전분 성분이 녹아 있어 국물에 은은한 구수함을 더해주고 뽀얀 색감도 살려줍니다. 여기에 표고버섯, 양파, 파뿌리, 다시마를 넣으면 동물성 재료 없이도 깊이 있는 감칠맛이 생깁니다. 저는 이 조합에 동전육수 멸치맛 2개를 추가해서 끓이는데, 15분 정도 중약불로 졸이면 뽀얀 국물 1.2L가 나옵니다.
다시마(Laminaria japonica)는 글루탐산이 풍부한 재료입니다. 여기서 글루탐산이란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국물 요리에서 인공 조미료 없이도 풍부한 맛을 만들어주는 천연 성분입니다. 출처: 식품안전나라(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다시마 100g당 글루탐산 함량은 건조 중량 기준 1~3% 수준으로, 국물 재료 중 최상위에 속합니다.
표고버섯에는 구아닐산(GMP)이 들어 있는데, 이는 다시마의 글루탐산과 만났을 때 감칠맛이 7~8배 증폭되는 상승 효과를 냅니다. 쉽게 말해 두 재료를 함께 쓰면 각각 쓸 때보다 훨씬 맛있는 국물이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순대국 육수에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함께 넣는 게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는 걸, 제가 직접 비교해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육수 재료 한눈에 정리
- 쌀뜨물 1.4L — 국물을 뽀얗고 구수하게 만드는 베이스
- 동전육수 멸치맛 2개 — 감칠맛 보강용, 없으면 생략 가능
- 양파(껍질째) 1개 + 파뿌리 2개 — 단맛과 잡내 제거
- 표고버섯 5개 + 다시마 3조각 — 구아닐산·글루탐산의 감칠맛 시너지
- 센불로 끓인 뒤 중약불 15분, 채에 걸러 사용
다대기와 들깨가루,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순대국밥 레시피를 찾다 보면 다대기 양념을 꼭 넣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소금만으로 충분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대기를 따로 만들어 식탁에 올려두는 편이지만, 정작 제 그릇에는 거의 안 넣습니다. 순대국밥 본연의 맛에 소금만 들어가도 충분히 맛있거든요. 오히려 다대기가 국물 색을 탁하게 만들고 깔끔함을 해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대기란 고춧가루·마늘·간장 등을 섞어 만든 순대국 전용 양념장으로, 먹는 사람이 기호에 맞게 더해서 먹는 방식입니다. 레시피는 간단합니다. 육수 3큰술에 다진마늘 1/2큰술, 고춧가루 2큰술, 액젓 1.5큰술, 국간장 1큰술, 후추를 섞으면 끝입니다. 장사하는 집의 비법 다대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집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칼칼하고 맛있습니다.
들깨가루는 순대국밥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입니다. 들깨가루(perilla seed powder)란 들깨를 볶아서 곱게 갈아낸 것으로, 국물에 넣으면 고소하고 걸쭉한 질감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맛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들깨가루를 3큰술 넣었을 때와 안 넣었을 때의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집니다. 국물이 가볍게 느껴질 때 들깨가루를 넉넉하게 더하면 한결 든든한 한 그릇이 됩니다.
머릿고기는 이미 익혀서 나오는 제품이지만, 저처럼 냄새에 민감한 분들은 끓는 물에 한 번 순간 데쳐서 기름과 잡내를 잡는 게 좋습니다. 머릿고기는 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궁합이 딱 맞는데, 새우젓의 짠맛과 발효 향이 돼지 특유의 육향을 중화시켜줍니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새우젓은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가 풍부해 소화를 돕는 기능도 합니다. 쉽게 말해 기름진 돼지고기와 함께 먹을 때 위에 부담이 덜하다는 뜻입니다.
간은 천일염, 참치액(또는 멸치액젓), 국간장 세 가지를 병행해서 맞추는 게 좋습니다. 국간장만 쓰면 색이 탁해지고, 소금만 쓰면 깊이가 부족합니다. 세 가지를 조금씩 더해가며 간을 맞추면 국물이 맑으면서도 충분한 감칠맛이 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순대국 육수를 시판 사골육수로 대체해도 맛있나요?
A. 충분히 맛있습니다. 시판 사골육수를 쓰면 10분도 안 돼서 한 그릇이 완성되고, 국물도 뽀얗게 나옵니다. 다만 직접 쌀뜨물에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어 우리면 감칠맛의 깊이가 다르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시간 여유에 따라 선택하시면 됩니다.
Q. 다대기를 미리 만들어 냉장 보관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다대기는 고춧가루·마늘·액젓·국간장이 주재료라 냉장 보관 시 3~5일 정도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들어간 육수 성분 때문에 너무 오래 두면 신맛이 생길 수 있어 소량씩 만드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Q. 들깨가루는 얼마나 넣어야 하나요?
A. 기본 레시피 기준으로는 3큰술(밥수저)을 넣고, 고소함을 더 원하면 추가로 더 넣어도 됩니다. 들깨가루는 국물에 녹으면서 걸쭉함과 고소함을 동시에 주기 때문에, 처음엔 조금 넣어보고 기호에 맞게 조절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Q. 머릿고기를 꼭 데쳐야 하나요?
A. 이미 익혀서 나오는 제품이라 데치지 않고 바로 넣어도 됩니다. 다만 냄새에 민감한 분들은 끓는 물에 순간 데쳐서 기름과 잡내를 한 번 정리해주면 훨씬 깔끔한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민감한 편이라 항상 거칩니다.
결론
순대국밥은 밖에서 사 먹는 게 편하다는 의견도 있고, 집에서 끓이면 훨씬 경제적이고 입맛대로 조절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직접 끓여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특히 육수 하나만 제대로 잡아도 집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 나옵니다.
오늘 소개한 방식대로 쌀뜨물 베이스 육수에 순대와 머릿고기를 넣고, 들깨가루로 마무리한 뒤 김치나 깍두기 하나 옆에 두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대기는 식탁에 올려두고 각자 기호에 맞게 더하면 되고요. 오늘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