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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면 마트에서 닭이 동나는 날이 있습니다. 저도 몇 번 늦게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어서, 언제부턴가 복날 당일을 피해 하루이틀 앞뒤로 삼계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한약재가 같이 들어있는 토종닭 세트를 사다가 직접 끓여봤는데, 예상 밖으로 신경 쓸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복날이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
한국에서 복날은 초복·중복·말복, 세 번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삼복(三伏)이란 음력으로 가장 더운 시기에 해당하는 세 개의 날을 가리키는데, 쉽게 말해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이 기간에 기력이 빠지지 않도록 보양식을 챙겨 먹는 풍속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그 대표 주자가 바로 삼계탕입니다.
복날 당일의 삼계탕 전문점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줄이 가게 밖으로 길게 늘어서고, 마트 닭 코너는 오전 중에 이미 동이 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낮 12시만 넘어도 5호 닭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날 이틀 전쯤 여유 있게 재료를 사두는 편입니다.
신랑이 닭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사실 복날이 아닌 평범한 주말에도 가끔 삼계탕을 끓입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삼계탕 세트에는 황기, 당귀, 천궁 같은 한약재가 소분 팩으로 들어 있어서 따로 한약방을 들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료 준비의 번거로움이 확 줄어드는 부분이라 저는 거의 이 세트를 이용합니다.
- 초복·중복·말복: 음력 기준 한여름 최고 무더위 시기, 보양식을 챙기는 풍속이 있음
- 삼계탕용 닭은 5호 닭(약 500g 내외)이 가장 적합하며 복날 당일은 품절 위험이 큼
- 마트 삼계탕 세트를 활용하면 황기·대추·통마늘 등 한약재를 별도 구매 없이 한 번에 준비 가능
닭 손질부터 끓이는 법까지, 직접 해보니 이랬습니다
삼계탕을 처음 만들어 보는 분들이 가장 막막해하는 부분이 닭 손질입니다. 저도 처음엔 어디서부터 잘라야 할지 몰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포인트는 세 곳입니다. 날개 끝의 불필요한 살, 목 주변의 기름기, 그리고 꽁지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면 됩니다. 특히 목 주변 기름기를 제거하면 육수가 훨씬 담백해지는데, 이 차이는 제가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확실히 느꼈습니다.
닭 안쪽은 깨끗하게 긁어 여러 번 세척해 줍니다. 그 다음이 속 재료를 채우는 과정인데, 목을 앞쪽 구멍에 가볍게 넣어 고정하고, 통마늘 5개와 꽃소금 한 꼬집, 찹쌀 3큰술을 순서대로 채워 넣습니다. 여기서 찹쌀을 미리 불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냄비 조리의 장점입니다. 찹쌀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닭다리를 허벅지 안쪽에 낸 구멍에 끼워 고정하면 모양도 잡히고 속 재료도 잘 유지됩니다.
육수 베이스는 먼저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물 2L에 약재 팩과 대추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5분 정도 충분히 우립니다. 여기서 약재 팩이란 황기·당귀 같은 한약재를 망사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육수에 한약 특유의 깊은 향과 영양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다음 손질한 닭을 넣고, 통마늘 10개, 반으로 가른 대파 한 대, 찹쌀을 담은 다시 팩을 추가합니다. 꽃소금 한 큰술로 밑간을 맞춘 뒤 강불로 올렸다가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한 시간 은근히 끓입니다.
불을 끈 뒤에는 그냥 바로 꺼내지 않고 5분 정도 뜸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뜸들이기란 불을 끈 상태에서 잔열로 재료를 마저 익히는 과정으로, 이렇게 하면 고기 결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실제로 이 단계를 거친 날과 그냥 바로 꺼낸 날의 식감 차이가 꽤 있었습니다. 마무리는 약재 팩, 대파, 대추를 건져내고 뚝배기에 닭을 담아 육수를 끼얹은 뒤 부추를 올리면 됩니다.
토종닭 주의사항,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번에 산 닭이 토종닭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토종닭은 일반 육계에 비해 근섬유(muscle fiber)가 조밀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여기서 근섬유가 조밀하다는 것은 근육 조직이 촘촘히 엮여 있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오래 삶지 않으면 고기가 질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일반 냄비로 1시간 20분 넘게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갈이 중인 초등학생 아들에게는 조금 질기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제 입맛에는 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어서 오히려 좋았지만, 이가 약한 어르신이나 어린아이가 함께 먹는 자리라면 일반 육계 5호 닭을 쓰는 것이 낫습니다. 토종닭을 꼭 쓰고 싶다면 압력솥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압력솥이란 밀폐된 용기 안에서 압력을 높여 100도 이상의 온도로 조리하는 도구로, 일반 냄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고기를 푹 무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름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닭을 오래 끓이면 국물 위에 기름층이 상당히 올라옵니다. 저는 기름기를 거의 다 걷어냈는데, 신랑은 오히려 기름이 약간 있는 쪽이 더 고소하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기름기를 건강 측면에서 걱정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닭 기름(닭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높습니다. 출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참고 기준으로도 닭고기는 상대적으로 저지방 단백질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그렇더라도 기름 양은 식구들 입맛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삼계탕이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닭고기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약 20g 내외로, 더위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기에 적합한 식품입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한여름 무더위에 단백질과 한약재 성분을 함께 섭취하는 삼계탕이 수백 년간 복날 보양식으로 이어져 온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계탕 찹쌀을 꼭 미리 불려야 하나요?
A. 냄비로 조리할 때는 미리 불리지 않아도 됩니다. 찹쌀 200g을 서너 번 씻어 바로 사용하면 한 시간 이상 끓이는 과정에서 충분히 익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불린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Q. 토종닭이랑 일반 닭이랑 삼계탕 맛이 많이 다른가요?
A. 어른 입맛에는 토종닭 특유의 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더 깊은 느낌을 줍니다. 다만 근섬유가 촘촘해서 오래 삶아도 일반 닭보다 질길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나 이가 좋지 않은 분들이 함께 먹는다면 일반 5호 닭이 더 낫습니다.
Q. 삼계탕 국물 위에 기름이 너무 많이 뜨는데, 다 걷어내야 하나요?
A. 꼭 다 걷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기름을 거의 다 제거하는 편인데, 신랑은 약간 남겨야 더 고소하다고 합니다. 닭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되어 있어 소량은 괜찮지만, 기름진 맛이 부담스럽다면 국자로 걷어 내면서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됩니다.
Q. 뚝배기가 없어도 삼계탕을 낼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뚝배기는 보온성이 좋아 뜨겁게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을 뿐, 없다면 깊은 그릇에 닭을 옮겨 담고 육수를 끼얹어 부추를 올리면 맛은 동일하게 완성됩니다.
Q. 한약재 팩은 따로 사야 하나요?
A. 요즘 마트에서 파는 삼계탕용 닭 세트에는 황기·대추 등 한약재 팩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방법을 애용하는데, 별도로 한약방이나 약재 코너를 들를 필요 없이 한 번에 준비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결론
삼계탕은 복날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평범한 주말에 한 솥 끓여도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합니다. 닭 손질이 처음엔 낯설어도, 날개 끝·목 기름·꽁지 세 곳만 정리하면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집니다.
닭을 고를 때는 함께 먹는 식구를 먼저 떠올리세요.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어른 위주라면 토종닭도 좋지만, 아이나 어르신이 있다면 일반 5호 닭이 훨씬 무난합니다. 토종닭을 써야겠다면 압력솥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번 복날, 집에서 한 그릇 뚝딱 끓여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