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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브로콜리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브로콜리도, 집들이 때 꺼낸 브로콜리도 늘 그 방식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나물처럼 무쳐 먹으면 어떨까'라는 생각 하나로 해봤더니, 의외로 이게 정답이었습니다. 손질부터 간 맞추는 법까지, 제가 직접 해보며 정리한 브로콜리 나물 레시피입니다.
브로콜리, 어떻게 고르고 손질해야 할까요?
처음 브로콜리를 직접 요리해보려 했을 때, 솔직히 뭘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흐르는 물에 헹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브로콜리 표면에는 큐티클층(Cuticle Layer)이라는 얇은 유막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큐티클층이란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형성하는 왁스 성분의 막을 말합니다. 이 막 때문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그냥 흘러내려서, 겉으로는 씻긴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불순물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 사이사이에 작은 벌레가 끼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세척을 대충 넘기면 안 된다는 걸 이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제가 써보고 효과적이라고 느낀 방법은 밀가루 수세미 세척법입니다. 브로콜리가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받고 밀가루 한 스푼을 풀어 10~15분간 담가두는 방식입니다. 밀가루의 흡착력이 표면의 이물질을 끌어당기고, 담근 뒤 살살 문지르면 큐티클층 위에도 물이 제대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빼먹었을 때와 비교하면 헹군 물 색깔이 확연히 다릅니다.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한 초록색을 띠고 송이가 빈틈 없이 꽉 찬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색이 누렇거나 송이가 벌어진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것입니다. 손질할 때는 큰 칼보다 가위를 쓰는 편이 훨씬 편리했습니다. 큼지막하게 떼어내야 데칠 때 식감도 살고 양념도 잘 밴다는 것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 진한 초록색, 송이가 꽉 찬 것으로 고르기
- 큰 칼 대신 가위로 큼지막하게 분리하기
- 밀가루 한 스푼을 푼 물에 10~15분 담근 뒤 살살 문질러 세척
- 딱딱한 줄기 끝부분은 잘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정리
데치기가 맛을 절반은 결정합니다
브로콜리 특유의 풋내나 비린 느낌을 싫어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데치는 방식 하나만 바꿨더니 그 냄새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 양이 관건이었습니다.
블랜칭(Blanching)이라는 조리 기법을 적용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블랜칭이란 끓는 물에 재료를 짧게 데친 뒤 즉시 열 전달을 멈추는 방식으로, 식재료의 색과 영양소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잡내를 날리는 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물이 너무 적으면 브로콜리를 넣는 순간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제대로 된 블랜칭이 되지 않습니다. 2리터 정도의 넉넉한 물에 데쳐야 온도가 유지되고 결과가 달라집니다.
물이 끓으면 꽃소금(정제되지 않은 천일염을 꽃처럼 피워 결정화한 소금) 1/2 큰술을 넣습니다. 여기서 꽃소금이란 일반 정제염보다 입자가 고르고 짠맛이 부드러워 데치는 물에 쓰기 적합한 소금입니다. 소금은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브로콜리의 클로로필(Chlorophyll), 즉 식물 세포 안의 녹색 색소를 안정시켜 선명한 초록색이 유지되도록 하고, 동시에 조직 안으로 미리 간이 배게 합니다. 실제로 소금을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 색 차이가 눈에 띄게 납니다.
데치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대를 먼저 넣고 5~10초 뒤에 송이를 넣어 총 1분 정도 삶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에 실수했던 부분이 바로 다음 단계인데, 삶자마자 찬물에 헹궈버렸습니다. 찬물 냉각을 하면 겉의 수분이 잠기면서 이후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습니다. 체에 펼쳐서 자연 냉각시키는 것이 양념을 제대로 흡수시키는 방법입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브로콜리는 데치는 시간이 1~2분을 넘어가면 비타민 C 손실이 급격히 커지므로 짧게 데치는 것이 영양 보존에도 유리합니다.
올리브유 한 숟갈이 만드는 차이
저는 처음에 당연히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비교해봤더니 확실히 올리브유가 브로콜리와 더 어울렸습니다. 참기름은 향이 강해서 브로콜리 자체의 맛을 덮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올리브유에는 올레산(Oleic Acid)이라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올레산이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산입니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지용성 영양소, 특히 베타카로틴과 루테인은 기름과 함께 섭취할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건강을 위해 먹는 브로콜리라면 기름을 아끼지 않는 편이 오히려 맞는 방향입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건강정보포털에서도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 효율이 증가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양념 방식은 단순합니다. 체에서 식힌 브로콜리에 올리브유 두 큰술을 넣고 먼저 잘 버무려 기름이 표면에 고르게 코팅되도록 합니다. 그 다음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통깨를 두 큰술 넉넉하게 뿌리면 완성입니다. 별다른 양념장이 없어도 브로콜리 자체의 단맛과 짭짤한 간이 어우러져서 먹을 만한 맛이 납니다. 처음 먹었을 때 솔직히 이 정도면 매일 반찬으로 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브로콜리는 항산화 물질인 설포라판(Sulforaphane)이 풍부한 식재료입니다. 설포라판이란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채소에 들어 있는 파이토케미컬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항암·항염 작용을 돕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는 성분입니다. 제가 브로콜리 요리를 자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사실 이런 건강 효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단한 무침 하나인데, 이 정도 영양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만들 이유가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브로콜리 밀가루 세척, 베이킹소다로 대체해도 되나요?
A. 대체할 수는 있지만, 제가 직접 써본 결과 밀가루가 흡착력 면에서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잔류 농약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만, 브로콜리 송이 사이의 이물질을 끌어당기는 역할은 밀가루가 더 강합니다. 담금 시간은 10~15분이 적당하고 그 이상 두면 오히려 영양소가 물에 빠질 수 있습니다.
Q. 데친 브로콜리를 꼭 찬물에 헹구면 안 되나요?
A. 찬물에 헹구면 색은 더 선명하게 고정되지만, 표면에 수분이 많이 남아 양념이 겉돌게 됩니다. 제가 처음에 찬물 냉각을 했을 때 올리브유가 브로콜리에 스며들지 않고 그릇 바닥에 고이는 걸 경험했습니다. 체에 펼쳐 자연적으로 식히면 수분이 날아가고 양념이 훨씬 잘 밥니다.
Q. 브로콜리 무침에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써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맛 면에서 참기름은 향이 강해 브로콜리 고유의 맛을 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양 면에서는 올리브유의 올레산이 브로콜리의 지용성 성분 흡수를 돕는다는 점도 있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해봤을 때 올리브유 쪽이 브로콜리 본연의 맛이 살아났습니다.
Q. 브로콜리 데칠 때 소금을 꼭 넣어야 하나요?
A. 꼭 넣는 것을 권합니다. 소금이 클로로필을 안정시켜 브로콜리 색이 선명하게 유지되고, 조직 안으로 미리 간이 배어 나중에 양념을 따로 많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꽃소금 1/2 큰술이면 짜지 않으면서 적절한 역할을 합니다.
결론
브로콜리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질법 하나, 데치는 방식 하나를 제대로 알고 나니 매일 반찬으로 올려도 질리지 않는 요리가 됐습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올리브유와 소금, 통깨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의외의 발견이었습니다.
설포라판, 클로로필, 올레산 같은 성분들이 담긴 식재료를 이렇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브로콜리 나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밀가루 세척, 소금 데치기, 올리브유 무침, 이 세 단계만 제대로 지키면 처음 만드는 분도 충분히 맛있게 완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