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찌개, 의외로 못 끓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요리는 레시피만 보면 웬만큼 따라 하는 편인데, 된장찌개만큼은 끓일 때마다 뭔가 빠진 맛이 났습니다. 이 글에서는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된장을 볶는 이유, 그리고 제가 직접 써봤을 때 맛이 확 살아난 치트키까지 정리했습니다.
된장찌개 재료 손질, 크기가 맛을 결정합니다
된장찌개에서 재료 손질을 대충 넘기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이 단계가 완성도를 꽤 좌우합니다. 두부 1/2모, 애호박 1/3개, 양파 1/2개가 기본 재료입니다. 각 재료를 비슷한 크기로 썰어야 고르게 익고, 한 입에 넣었을 때 식감이 균일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식감 균일화란 재료마다 익는 속도가 다른데, 크기를 맞춰줌으로써 특정 재료만 퍼지거나 딱딱하게 남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부가 너무 두꺼우면 속이 차갑게 남고, 애호박이 너무 크면 국물이 다 졸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야 단면이 넓어지면서 육수에 파 향이 잘 녹아듭니다.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 마지막에 넣으면 칼칼한 맛을 제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저는 고춧가루 양을 조금 줄이는 대신 청양고추 한 개를 꼭 넣는 편입니다. 고춧가루만 쓸 때보다 훨씬 깔끔하게 매운맛이 납니다.
- 두부 1/2모 — 한 입 크기로, 너무 작으면 끓이는 도중 부서집니다
- 애호박 1/3개, 양파 1/2개 — 두부와 비슷한 크기로 맞춰 썰기
- 대파 반 대 — 어슷썰기로 향이 잘 배도록
- 청양고추 1개 — 고춧가루 양을 줄이고 청양고추로 칼칼함을 보완
된장볶기,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대부분은 된장을 물에 바로 풀어버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된장을 기름에 먼저 볶아주면 완성된 맛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먼저 약불로 달군 냄비에 참기름 1큰술을 두릅니다. 여기서 반드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사용해야 합니다. 식용유를 쓰면 된장의 짭조름한 향과 기름 특유의 느끼함이 충돌해서 오히려 맛이 탁해집니다. 참기름은 된장의 구수한 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된장 2큰술을 넣고 참기름과 섞어 약불에서 볶습니다. 이때 된장이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이 핵심입니다. 볶는 과정에서 된장 특유의 잡내가 날아가고 마이야르 반응, 즉 가열에 의해 식재료 표면에 갈변이 일어나면서 복합적인 향미가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깊은 맛이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이 단계를 거친 된장찌개와 그냥 끓인 된장찌개는 국물 색부터 다릅니다.
다진 마늘 1큰술을 된장과 함께 볶아주면 마늘의 황화알릴, 쉽게 말해 마늘을 자르거나 으깰 때 생성되는 특유의 매콤하고 향긋한 성분이 기름에 녹아들면서 국물 전체에 고소한 베이스가 깔립니다. 멸치 육수 600ml를 붓기 전까지 이 볶음 단계를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내야 쓴맛이 남지 않습니다. 된장을 볶는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쓴 성분이 제거되지만, 거품 제거는 따로 해주는 게 맞습니다.
된장찌개 치트키, 차돌박이와 마늘이 답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된장찌개를 꽤 오래 못 끓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요리는 레시피대로 따라 하면 그럭저럭 나오는데, 된장찌개만큼은 뭔가 밋밋하거나 텁텁한 맛이 남았습니다. 외식으로 먹는 된장찌개, 혹은 고깃집에서 나오는 된장찌개의 그 묵직한 맛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집된장과 시판된장을 섞으면 맛있다는 얘기를 따라 해봤습니다. 실제로 시판된장만 쓸 때보다는 낫긴 했습니다. 시판된장에는 발효 조미료 성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서 감칠맛이 보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효 조미료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성된 글루타민산 등의 아미노산 기반 물질로, 음식의 감칠맛을 높이는 기능을 합니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과학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그래도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 가장 효과 좋았던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차돌박이와 마늘을 넣는 것입니다. 차돌박이는 소의 양지 부위로, 지방층이 얇게 마블링되어 있어 가열하면 기름이 서서히 녹아 육수에 풍미가 더해집니다. 덜 끓인 것 같아 맛이 밋밋한 된장찌개도 차돌박이를 넣고 한 번 더 끓이면 국물이 살아납니다. 여기에 참치액 1큰술을 더하면 된장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감칠맛이 보완됩니다. 시판된장이 꺼려진다면, 된장 2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을 함께 쓰는 방법도 유효합니다. 고춧가루의 캡사이신 성분이 된장의 구수한 향을 자극해서 맛이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끓이는 순서와 깊은 맛을 내는 마무리 타이밍
된장을 볶고 멸치 육수를 부은 뒤부터는 재료를 넣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두부를 넣습니다. 두부는 단백질이 열에 의해 응고되면서 표면이 단단해져야 국물에 녹아내리지 않습니다. 이 응고 과정을 열변성이라고 하는데, 두부가 충분히 열을 받은 후에 다른 재료를 넣어야 국물이 맑고 깔끔하게 유지됩니다.
두부가 어느 정도 익으면 애호박과 양파를 함께 넣습니다. 이 두 재료는 수분 함량이 높아서 익으면서 국물에 단맛을 더해줍니다. 특히 양파의 푸르푸랄 성분은 가열하면 단맛으로 전환되는 특성이 있어서,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장찌개에 자연스러운 단맛이 생깁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채소가 거의 익으면 고춧가루 1~2큰술을 넣습니다. 매운 걸 좋아한다면 2큰술, 그렇지 않으면 1큰술에서 청양고추로 조절하는 편이 낫습니다. 대파와 청양고추는 가장 마지막에 넣고 한소끔만 끓입니다. 오래 끓이면 파 향이 날아가고 고추의 칼칼함이 뭉개집니다. 제 경험상 이 마지막 1~2분이 된장찌개의 향을 결정합니다. 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참치액을 한 숟갈 추가하면 따로 소금을 넣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맛이 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된장찌개 끓일 때 집된장이랑 시판된장 꼭 섞어야 하나요?
A.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시판된장만 사용하면 감칠맛이 살짝 강하게 나고, 집된장만 쓰면 깔끔하지만 맛이 밋밋할 수 있습니다. 섞기 싫다면 된장 2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을 함께 쓰는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참치액 한 숟갈을 더하면 감칠맛이 충분히 살아납니다.
Q. 된장찌개 국물 맛이 너무 밍밍하게 나오는데 왜 그런가요?
A. 가장 흔한 원인은 된장을 볶지 않고 바로 물에 푼 경우입니다. 된장을 참기름에 먼저 볶으면 잡내가 빠지고 마이야르 반응으로 깊은 향미가 생깁니다. 그래도 맛이 부족하다면 차돌박이와 마늘을 추가하면 국물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Q. 멸치 육수 없을 때 뭘 써도 되나요?
A. 생수에 코인육수를 넣어도 충분합니다. 요즘 코인육수는 멸치, 다시마, 새우 베이스 등 종류가 다양해서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됩니다. 된장 2큰술 기준에 육수 600ml면 간이 적당하게 맞으니 이 비율을 기준으로 조절하세요.
Q. 차돌박이 된장찌개, 고기는 언제 넣어야 하나요?
A. 된장을 볶은 뒤 육수를 붓고 국물이 끓기 시작할 때 차돌박이를 먼저 넣어주세요. 차돌박이 지방이 녹으면서 국물에 풍미가 더해진 다음 두부와 채소를 넣어야 육수 베이스가 훨씬 깊어집니다. 고기를 너무 늦게 넣으면 완전히 익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결론
된장찌개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의 문제 대부분은 된장을 볶지 않는 것, 그리고 국물 베이스가 약한 것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잡아도 집에서 끓이는 된장찌개 수준이 달라집니다. 차돌박이와 마늘은 제가 직접 써봤을 때 가장 확실하게 맛을 살려준 치트키였습니다. 특별한 재료나 비법 된장이 없어도 됩니다.
다음 번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된장 볶기 단계부터 시작해 보세요. 단 5분이 추가될 뿐인데, 완성된 국물의 깊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맛이 여전히 빠진다 싶으면 차돌박이 한 줌과 참치액 한 숟갈을 더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