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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볶음은 한국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입니다. 집에 감자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신혼 초에 아무 준비 없이 채 썰어 기름에 볶았다가, 프라이팬 바닥에 죄다 들러붙어 가루가 날 지경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감자볶음이 쉬운 요리처럼 보여도, 감자라는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만들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는 것을.
감자 품종과 전분 제거,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감자볶음이 자꾸 팬에 눌어붙는다면, 대부분 두 가지 중 하나를 놓친 경우입니다. 어떤 감자를 골랐는지, 그리고 볶기 전에 전분을 뺐는지. 제가 처음 실패했을 때도 이 둘을 전혀 몰랐습니다.
감자는 크게 점질 감자와 분질 감자로 나뉩니다. 점질 감자란 수분 함량이 높고 전분 입자가 작아 가열해도 형태가 잘 유지되는 품종을 말합니다. 대서 감자가 대표적이고, 튀김처럼 모양이 중요한 요리에 어울립니다. 반면 분질 감자는 전분 함량이 높고 조직이 포슬포슬하게 익는 품종입니다. 남작이나 두령이 여기에 해당하고, 볶음·조림·찜처럼 속까지 빠르게 익혀야 하는 요리에 잘 맞습니다.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미 감자는 점질과 분질의 중간 특성을 가집니다. 완전히 포슬하지도, 완전히 단단하지도 않아서 감자볶음에 무난하게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수미 감자로 볶음을 만들 때가 많고, 크게 실망한 적은 없었습니다.
품종을 골랐다면 다음은 전분(澱粉) 처리입니다. 전분이란 감자 세포 안에 저장된 탄수화물 성분으로, 열을 받으면 끈적하게 호화되어 팬 바닥에 달라붙는 원인이 됩니다. 저도 신혼 때 기름만 더 부으면 해결될 줄 알고 계속 기름을 쏟아부었는데, 근본 원인은 전분이었던 겁니다. 해결법은 간단합니다. 나무젓가락 굵기로 채 썬 감자를 물에 담가 주물러주면 됩니다. 물이 뿌옇게 변하다가 맑아질 때까지 두세 번 반복하면 표면의 전분이 충분히 빠집니다. 이렇게 하면 볶는 내내 팬에 달라붙지 않고, 결과물도 매끈하게 완성됩니다.
채 썰 때 한 가지 팁이 있습니다. 길이가 긴 방향이 아니라 짧은 방향으로 썰어야 나중에 볶을 때 부서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감자 섬유 결을 고려한 방향이라, 같은 칼질이지만 결과에서 차이가 납니다.
- 점질 감자(대서): 수분 많고 형태 유지 — 튀김에 적합
- 분질 감자(남작, 두령): 전분 많고 포슬포슬 — 볶음·조림에 적합
- 수미 감자: 중간 특성 — 감자볶음에 무난하게 활용 가능
- 전분 제거: 채 썬 감자를 물에 담가 주물러 맑아질 때까지 반복
밑간과 맛내기, 제가 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전분을 뺀 감자는 물기를 털어낸 다음 바로 볶는 것보다, 한 번 밑간을 해서 절여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국간장 1/2큰술과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버무려 10분 정도 두면, 삼투압(浸透壓) 작용으로 감자 조직 안으로 간이 고르게 배어듭니다. 삼투압이란 농도 차이에 의해 수분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여기서는 소금기가 감자 세포 안으로 침투하면서 조직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볶는 시간이 짧아지고, 간이 겉만 짭짤하고 속은 싱거운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절여둔 감자는 물기를 가볍게 털고 센 불에서 볶습니다. 식용유 1큰술에 들기름 1큰술을 함께 두르면 들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서 볶음의 풍미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볶다가 감자 표면이 살짝 말라 보이기 시작할 때, 생수 2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넣어줍니다. 이 물이 순간적으로 기화하면서 수증기로 변해 감자 안쪽까지 열을 전달하는 스팀 조리 효과를 냅니다. 수분이 완전히 날아갈 때까지 볶으면 완성입니다.
불을 끈 다음에는 깻가루, 통깨, 송송 썬 쪽파를 넣고 가볍게 버무립니다. 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버무리면 깻가루 향이 날아가지 않고 잘 배어들어 마무리가 좋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합니다. 양파를 함께 볶는 것입니다. 양파는 볶으면서 캐러멜화(caramelization) 반응이 일어납니다. 쉽게 말해 양파 속 당분이 열에 의해 분해되며 단맛과 향이 진해지는 현상입니다. 이 단맛이 감자의 고소한 맛과 어우러지면 소금과 양파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감자채볶음이 됩니다. 제 경험상 양파를 넣으면 들기름 향과도 잘 맞아 전체적인 풍미가 한 단계 올라갑니다.
색감을 살리고 싶을 때는 당근을 조금 채 썰어 넣습니다. 당근의 주황색이 들어가면 보는 맛도 확실히 달라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색 때문에 넣어봤는데, 당근의 은은한 단맛이 감자와 꽤 잘 맞았습니다. 베이컨을 얇게 썰어 같이 볶으면 글루탐산(glutamate) 계열의 감칠맛이 더해져 반찬 한 가지로 충분히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는 맛이 나옵니다. 매운맛을 좋아하신다면 청양고추를 얇게 썰어 넣어보십시오. 청양고추의 붉은 단면이 색감도 살리고,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식욕을 자극해 입맛을 돋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자볶음할 때 어떤 감자를 사야 하나요?
A.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미 감자가 가장 무난합니다. 점질과 분질의 중간 특성을 가져서 볶음에 잘 맞습니다. 남작이나 두령 같은 분질 감자를 구할 수 있다면 더 포슬포슬하고 빠르게 익어 볶음에 더 잘 어울립니다.
Q. 감자채볶음이 자꾸 팬에 붙는 이유가 뭔가요?
A. 전분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감자를 채 썬 뒤 물에 담가 주물러서 물이 맑아질 때까지 전분을 빼주면 훨씬 달라집니다. 기름을 더 붓는 건 근본 해결이 아니고, 오히려 느끼한 맛만 납니다.
Q. 감자볶음에 간장을 넣어야 하나요, 소금만 넣어야 하나요?
A. 밑간 단계에서는 국간장 1/2큰술과 소금 1작은술을 함께 쓰는 것이 좋습니다. 국간장이 감자에 살짝 구수한 맛을 더해줍니다. 볶고 난 뒤 간이 부족하면 소금 1/2작은술로 마무리 간을 맞추면 됩니다.
Q. 감자볶음할 때 물을 넣는 이유가 뭔가요?
A. 감자 표면이 말라 보이기 시작할 때 생수 2큰술을 넣으면, 물이 순간적으로 수증기로 변하면서 감자 안쪽까지 열이 전달됩니다. 겉만 타고 속은 덜 익는 문제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수분이 완전히 날아갈 때까지 볶으면 됩니다.
Q. 감자볶음에 양파나 당근을 같이 넣어도 되나요?
A. 넣으면 훨씬 맛있습니다. 양파는 볶으면서 단맛이 나와 감자의 고소함과 잘 맞고, 당근은 색감을 살려줍니다. 제 경험상 베이컨까지 더하면 감칠맛이 더해져 반찬 한 가지로도 밥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울 수 있습니다.
결론
감자볶음은 재료가 단순한 만큼, 기본기가 맛을 결정합니다. 전분 제거와 밑간 절임, 이 두 단계만 지켜도 실패 없이 매끈하고 간이 잘 밴 감자채볶음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신혼 때 기름만 부어가며 낭패를 봤던 것도, 결국 이 두 가지를 몰랐던 탓이었습니다.
기본 레시피에 익숙해졌다면 양파, 당근, 베이컨, 청양고추를 조합해보십시오. 같은 재료라도 무엇을 더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찬이 됩니다. 감자 품종에 대한 정보는 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식재료별 조리 특성에 관한 연구 자료는 출처: 한국식품연구원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밥상에 감자채볶음 한 접시 올려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