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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한쪽에 쭈그러들어 가던 가지, 혹시 저만 그런 건 아니죠? 엄마가 주신 가지 두 개를 보다가 문득 가지 탕수육이 떠올랐습니다. 튀김 요리는 평소 잘 안 하는데도 왠지 이건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였습니다. 그 실패 덕에 오히려 가지 탕수육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게 됐습니다.
가지 탕수육, 재료 손질부터 다르게 해야 합니다
가지 탕수육에서 재료 손질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처음엔 가지 그냥 썰어서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게 실패의 시작이었습니다.
가지는 수분 함량이 약 93% 이상에 달하는 채소입니다. 여기서 수분 함량이 높다는 건 그냥 촉촉하다는 뜻이 아니라, 기름에 넣었을 때 수분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면서 튀김옷을 들뜨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뒤 소금에 잠시 절여 수분을 미리 빼주는 절임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째로 생략했으니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야채 손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탕수 소스에 들어가는 양파, 파프리카, 피망, 표고버섯, 당근, 목이버섯 같은 부재료는 크기를 비슷하게 썰어야 소스에서 고르게 익습니다. 목이버섯은 물에 불린 뒤 물기를 꼭 짜줘야 소스가 묽어지지 않습니다. 불린 목이버섯을 그냥 넣으면 나중에 소스 농도를 잡기가 꽤 번거로워집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가지는 나스닌(nasunin)이라는 항산화 성분을 껍질에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스닌이란 가지의 보라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로, 세포 손상을 막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그러니 껍질째 조리하는 가지 탕수육은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 가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뒤 소금에 절여 수분을 미리 제거한다
- 키친타월로 절인 가지의 물기를 한 번 더 눌러 닦아준다
- 목이버섯은 충분히 불린 뒤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최대한 뺀다
- 부재료 크기를 비슷하게 맞춰야 소스에서 균일하게 익는다
튀김옷이 전부입니다 — 전분 비율의 비밀
가지 탕수육에서 튀김옷 실패를 경험해보신 분 계신가요? 저는 경험했습니다. 비닐봉지에 부침가루를 넣고 가지를 이리저리 굴려서 가루만 묻힌 채 기름에 투하했더니, 처음엔 뭔가 되는 것 같았는데 갈수록 가루가 기름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기름인지 가루죽인지 모를 상태가 됐습니다. 식감은 겉바속촉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지는 그냥 기름을 잔뜩 머금은 채 흐물거렸습니다.
제대로 된 튀김옷을 만들려면 먼저 전분가루와 달걀을 함께 써야 합니다. 전분가루는 고구마전분, 감자전분, 옥수수전분 중 어느 것을 써도 됩니다. 여기서 전분(starch)이란 가열하면 점성이 생기는 다당류 성분으로, 쉽게 말해 가지 표면에서 튀김옷이 단단하게 굳어 바삭한 층을 만들어주는 재료입니다. 달걀은 전분가루가 가지 표면에 고르게 달라붙도록 잡아주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가지에 전분가루를 먼저 묻힌 뒤 달걀을 넣고 골고루 버무리면 됩니다. 제가 쓴 부침가루처럼 밀가루 기반의 가루만 쓰면 글루텐 성분 때문에 오히려 기름을 더 많이 흡수하고 질겨지기 쉽습니다. 바삭함을 원한다면 전분가루와 튀김가루를 반반씩 섞어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 비율이 겉바속촉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줄 것 같습니다.
튀김 온도도 중요합니다. 180°C로 예열된 기름에 넣어야 겉이 빠르게 굳으면서 기름 흡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기름을 많이 쓰기 부담스러우니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구워도 되지만, 그 경우에도 온도 관리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한 번 튀긴 뒤 잠깐 식혔다가 이중 튀김을 하면 수분이 한 번 더 빠지면서 바삭함이 살아납니다.
탕수 소스, 단초간 비율이 맛을 결정합니다
탕수 소스 하면 떠오르는 맛이 있으시죠? 달달하면서 새콤하고, 거기에 살짝 짭짤한 균형. 그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단초간(단맛·신맛·짠맛) 비율입니다. 이번에 소스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갖은 야채를 다 넣어서 완성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기본 비율은 물 500ml에 진간장 1스푼, 케첩 3스푼, 비정제 설탕 3스푼, 2배 식초 2스푼입니다. 비정제 설탕(unrefined sugar)을 쓰는 이유가 있는데, 여기서 비정제 설탕이란 정제 과정을 최소화해 미네랄과 당밀 성분이 남아 있는 설탕으로, 일반 백설탕보다 풍미가 깊고 소스에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없으면 백설탕을 써도 되지만 맛의 깊이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소스 재료를 희석한 뒤 한소끔 끓이다가 맛을 보고 케첩을 추가로 1스푼 더 넣는 식으로 취향 조절이 가능합니다. 소스가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야채를 모두 넣고, 전분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농도를 잡습니다. 전분물은 전분가루를 찬물에 미리 풀어둔 것을 쓰는데, 뜨거운 물에 풀면 바로 굳어버리니 반드시 찬물로 희석해야 합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자료에 의하면 식초의 아세트산 성분은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피로 물질인 젖산의 분해를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튀김 요리에 식초 기반 탕수 소스를 곁들이는 것이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소스가 적절한 농도가 되면 한소끔 더 끓여준 뒤 불을 끄면 완성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지 탕수육 만들 때 가지를 꼭 소금에 절여야 하나요?
A. 절임 과정이 필수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가지는 수분 함량이 워낙 높아 절이지 않으면 튀길 때 수분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튀김옷이 들뜨기 쉽습니다. 절인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한 번 더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튀김옷 밀착도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시간이 없다면 생략할 수도 있지만, 결과물의 식감 차이는 꽤 납니다.
Q. 전분가루 대신 부침가루나 튀김가루를 써도 되나요?
A. 제가 직접 써봤는데, 부침가루만 쓰면 기름 흡수가 많아지고 식감이 질겨지기 쉽습니다. 전분가루가 바삭한 튀김옷을 만드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바삭함을 살리고 싶다면 전분가루와 튀김가루를 반반씩 섞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Q. 탕수 소스 농도는 어떻게 맞추나요?
A. 전분물을 찬물에 미리 풀어두었다가 소스가 끓을 때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번에 많이 넣으면 너무 빨리 되직해지므로 조금씩 부어가며 원하는 농도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소스가 숟가락에 살짝 코팅될 정도면 적당한 농도입니다.
Q. 집에서 기름 없이 가지 탕수육 튀김을 할 수 있나요?
A. 기름을 많이 쓰기 부담스럽다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튀기듯 구우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온도를 충분히 높여야 겉이 빠르게 굳으면서 기름 흡수가 줄어들고, 중간에 뒤집어가며 골고루 색을 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에어프라이어도 활용 가능하지만 튀김옷에 달걀을 충분히 묻혀야 마르지 않고 잘 익습니다.
결론
이번 가지 탕수육 도전은 솔직히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튀김옷은 망했고, 가지는 흐물거렸습니다. 그런데도 탕수 소스만큼은 끝까지 만들어 먹었더니 소스 덕분에 나름 먹을 만했습니다. 실패가 아니었다면 절임의 중요성도, 전분가루와 달걀의 조합도 이렇게 선명하게 머릿속에 박히지 않았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가지를 소금에 제대로 절이고, 전분가루에 달걀을 섞은 튀김옷을 입혀서, 180°C 이중 튀김으로 겉바속촉의 가지 탕수육을 완성해볼 생각입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오히려 다음 시도가 기다려집니다. 냉장고에 가지가 남아 있다면, 그냥 볶아 먹기 전에 한 번쯤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